다행히 나는 세상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에 흙을 탈출한 케이스이긴한데, 흙으로서의 기억이 여전히 내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아서 내 인생을 괴롭히는게 있음.
예를 들면 소비에 대한 것. 그 나잇대가 아니면 다시 할 수 없는 경험의 기회가 와도 가성비를 따진다던가, 나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소비를 아예 못 한다던가......
또 다른 것은 타인에 대한 신용의 부재.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아닌데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의지하기보다는 내 스스로 모든걸 하려고 하다보니 시행 착오도 많고 본의 아니게 오해도 많이 사는 듯.
이런저런 부정적 경험 덕에 회복탄력성은 제법 있는 편이고 멘탈 내구성도 제법 또래 대비 강한 편이긴 해서 소비를 통한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 없는 수준이긴 함.
타인에 대한 신용 같은 것도 마찬가지임. 기본적으로 나는 세상 모든 것을 경쟁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심지어 우리 아버지조차도 나한테는 극복의 대상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질시 기반의 악의적인 경쟁 대상이 아니라 내 판단 기반 하에 저 사람보다 잘 나야겠다. 같은 선의의 경쟁 대상이기에 나쁜 쪽으로 빠지진 않았음.
총체적으로 말하면 나는 그리 나쁘게 자란 케이스는 아니라고 생각함. 어린 시절 겪은 수많은 사건사고나 되도 않는 소리, 뒤통수 등을 잘 극복한 케이스라곤 생각함. 부모를 잘 만난 덕도 있겠제. 당연히 부모에겐 감사하고 있음.
굳이 안 해도 될 경험을 먼저 한 덕에 솔직히 또래 대비 평범한 친구들 대비 정신적 안정도나 현실 인식적 방면으로나 훨씬 앞서있다고 생각하지만 비관적인 태도나 타인에 대한 경계와 편견이 지나쳐서 타인의 호의를 알아도 100% 수용하지 못하거나 계속해서 if를 설계하고 있는 자신을 볼 때면 가끔 그런 경험 없는 순수한 친구들이 부러움.
내 인생을 오롯이 내가 모두 결정하는 것이 결국 믿을거 하나 없는 이 세상에선 살아남는데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만은 나는 그냥 아예 그런 걱정없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훨씬 더 그리웠던 것 같음.